
할아버지께서 퇴근하고 집에 들어온 나를 불러 앉히시고는 꽤나 심각하게 입을 여셨다.
"느 할머니가 요새 몸이 안좋은데 보약을 한 재 지어주려 했더니만 엄청 썽을 내. 돈이 어딨냐고.
그 보약이 삼십오만원인데 이거 한 재 지어서 할머니 달여드리자꾸나."
걱정스런 태도로 이야기를 듣다가 돈 이야기가 나오니까 머리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빠졌다.
계산이 완료되고 '그래 결심했어!' 하는 순간, 근데말이야.
할머니가 과연 삼십오만원짜리 보약을 참도 잘 사왔겠다 말씀하시겠다 싶은거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거 참도 잘 사왔겠다 할까? 누구한테 얻어왔다 그래도 되팔러 가실 분 아니시우?"
"ㅋㅋ.. 그게 그렇긴 그래.."
입맛도 되찾고 기력도 회복하실 겸 맛나는거나 실컷 사드리자하는 생각으로
간만에 두 분 모시고 시원한 냉면으로다가 외식이나 하자! 라고 말씀드리려고 하는데 때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태평양 건너의 아부지에게서.
"요새 할머니 입맛도 없으신데 할머니 비빔냉면 좋아하시니까 모시고 나가서.. 아니지, 나가는것도 힘들어하시니까
뿌니까 육수따로 싸와가지고 집에서 다같이 먹어라."
ㅎㅎㅎ 그 아부지에 그 아들이라고 생각하는게 거기서 거기다. (둘 다 탁월하다는 내 최선의 표현이다..)
아무래도 싸가야하니까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검색해야 하는데 야후 거기!가 도움을 줬다.
이런 저런 냉면집을 찾던 중 제일 가깝고 방송도 많이 탔다는 '맛집'을 찾아내었다. 이 동네에 왜 이런 곳이..
이름부터 포쓰가 느껴지는 '최냉면' ..덜덜덜; 냉면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최냉면집은 산오징어물회냉면이 주력인데, 수족관에서 바로 건져올린 오징어를 회쳐 갖은 야채와 양념 위에
얹고 면을 기계로 뽑아주는 형태다. 할머니는 아무래도 회 같은 것보다는 오리지널 비빔냉면파이신 것 같아서
물어보았더니 '그냥 냉면'은 없단다. 이름에 걸맞지 않잖아!
분쇄력이 떨어지는 나의 구강구조로는 오징어와 같은 종류는 오래 씹어야하기에 좋아하지 않는데,
어쩄든 맛은 좋았다. 오징어도 부드러운 편이었고. 할머니도 비빔냉면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하신 것 같았지만
"이 집이 음식은 잘 하는 집이네"라며 나를 위로했다. 허흥흐헣으 다음엔 비냉 사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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